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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장내 미생물의 연결고리 (치료 타깃 등)

by notes3644 2025. 5. 13.

우울증은 단지 뇌의 문제만이 아니다. 장내 미생물 환경 역시 정서적 안정에 깊은 영향을 준다. 이 글은 장내 세균이 뇌의 감정 회로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세로토닌의 90%가 장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장 건강이 우울감 완화에 기여하는 생리학적 기전을 분석한다.

우울증과 장내 미생물의 연결을 상징하는 이미지

기분이 나쁜 건 장 때문일 수도 있다

우울증은 흔히 뇌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우울감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과 미생물학은 우울증의 원인을 단지 뇌에 국한시키지 않고, 몸 전체—특히 장 속 미생물과의 관계 속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바로 뇌와 장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이 그것이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 내분비계, 면역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통신 시스템은 단지 음식의 소화나 배출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정, 스트레스 반응, 사고 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내 미생물은 이 연결 고리의 중심에 있으며,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은 이 이론에 결정적 무게를 더한다. 다시 말해, 뇌에서 느끼는 슬픔과 무기력감의 배경에는 장 속 세균의 조합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장내 환경은 고열량 저섬유식,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항생제 남용 등으로 인해 유익균이 줄고, 염증성 세균이나 유해균이 우세한 상태로 쉽게 무너진다. 이 미세한 변화는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을 촉진하고, 뇌로 향하는 신경 자극을 바꾸며, 결국 감정의 안정성을 뒤흔든다. 우울증과 장 질환이 종종 함께 나타나는 것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런 생리적 상호작용에 기반한 결과다. 우울증의 원인이 단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장내 미생물은 그중 하나의 ‘경로’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장의 건강을 회복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분이 자주 가라앉고, 무기력감이 일상화되었다면, 그 원인을 뇌 밖에서—바로 장 속에서—찾아보는 것도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 타깃: 장내 미생물과 우울증의 양방향 대화

장내 미생물은 음식물 분해와 영양소 흡수 외에도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직접 생성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유산균과 비피더스균 같은 유익균은 GABA(감마아미노뷰티르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생성에 관여하며, 이는 뇌에서 감정 안정과 관련된 신호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Lactobacillus rhamnosus는 불안 행동을 줄이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은 또한 염증 반응을 조절함으로써 감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해균이 증가하거나 장 점막이 손상되면,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TNF-α 등)이 혈류로 유입되어 뇌혈관 장벽을 뚫고 중추신경계에 도달한다. 이 사이토카인들은 뇌에서 세로토닌의 합성을 억제하고, 스트레스 반응 회로를 자극해 우울감을 심화시킨다. 즉, 장내 염증은 뇌의 염증과 정서적 고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장내 미생물 구성은 생활 습관에 따라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다. 단 몇 주의 식단 변화만으로도 장내 세균의 조성은 달라지고, 이 변화는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이섬유 섭취가 풍부한 식단은 유익균을 늘리고, 단백질과 지방 위주의 고단백 식단은 염증성 세균의 비율을 높인다. 특히 트립토판과 같은 아미노산은 세로토닌 합성의 전구물질로 작용하며, 장내 환경이 안정되어야 이 물질의 대사가 원활하게 일어난다. 미생물의 다양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다양한 세균이 존재할수록 장내 균형이 안정되며, 이는 면역계와 신경계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달한다. 반면 특정 세균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유해균이 우세한 환경은 장과 뇌 모두에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은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특정 유해균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장내 미생물은 우울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식이 요법, 심지어는 장내 세균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까지 다양한 접근이 연구되고 있으며, 정서적 회복을 위한 다층적 접근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치료의 출발점은 장 건강에서부터

우울증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도 다각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안에서 장내 미생물은 오랫동안 간과되어왔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장은 ‘제2의 뇌’로 불릴 만큼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얼마나 자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에 따라 구성과 기능이 바뀌며, 뇌에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특히 장—를 포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규칙적인 식사, 섬유질과 발효식품 위주의 식단,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은 모두 장 건강을 회복하고, 나아가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물론 우리 주변에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나 프리바이오틱스 섭취 역시 보조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감정은 뇌에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그것은 장에서도 시작된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을 조절하고,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완충하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우울감과 감정 기복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원인을 장에서도 함께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뇌가 편안하려면, 장이 먼저 안정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의외로 가까운 곳, 바로 당신의 장일지도 모른다.